■명문 한 구절■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

近塞上之人으로 有善術者러니 馬無故亡而入胡하니
옛날 중국 북쪽의 변방에 점성술에 능한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이 노인의 말이 오랑캐 땅으로 달아나니

人皆弔之하거늘 其父曰 此何遽不爲福乎아
마을 사람들이 이것을 위로하거늘 노인이 말하기를 “이 어찌 복(福)이 되지 않겠는가?” 하더라.

居數月에 其馬將胡駿馬而歸하고
몇 달 후에 도망갔던 노인의 말이 오랑캐의 빼어난 말(배필, 짝)을 데리고 돌아오고

人皆賀之하거늘 其父曰 此何遽不爲禍乎아
마을 사람들이 이를 축하하거늘 노인이 말하기를 “이 어찌 화(禍)가 되지 않겠는가?” 태연하게 말했다.

家富良馬하니 其子好騎하다가 墮而折其摽하니
집 안에 말이 많으니 노인의 아들이 말타기를 좋아하다가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져 기부스를 하게 되었다.

人皆弔之하거늘 其父曰 此何遽不爲福乎아
마을 사람들이 이것을 위로하자 노인은 “이 어찌 복(福)이 되지 않겠는가?” 하였다.

居一年에 胡人大入塞하여 丁壯者引弦而戰 近塞之人이 死者十九러니
그로부터 1년 후에 오랑캐 대군이 노인이 살고 있는 변방을 침입하니 마을의 장정들은 모두 전쟁에 참여하여 십중팔구(十中八九)는 전사하였는데

此獨以跛之故로 父子相保더라.
노인의 아들은 다리가 부러져 절뚝발이가 된 관계로 전쟁에 나아가지 않고, 노인과 아들은 목숨을 보존하였다.

故福之爲禍하고 禍之爲福하니 化不可極이요 深不可測也라.
이러한 연유로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나니 변화는 끝이 없고 그 변화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다.

술회(述懷)

동무 이제마 선생이 자신의 유택(幽宅, 묻힐 자리)을 정하고 읊조렸다는 시조로 조선시대 황진이의 사랑을 물리쳤다는 화담 서경덕의 ‘술회(述懷)’입니다.

讀書當日志經論
晩歲還甘顔氏貧
當貴有爭難下手
林泉無禁可安身
採山釣水堪充腹
詠月吟風足暘神
學到不疑知快活
未敎虛作百年人

화담 서경덕 著

젊어서 글 읽던 당시는
천하를 경륜할 뜻을 두었었건만,
나이 들어 늙으니
오히려 안자의 안빈낙도를 달갑게 여기네.

부귀는 다투는 자 많아서
가까이 하기 싫고,
막는 이 없는 임천에서
몸 편히 지내 볼까나.

산에서 나물 캐고
물에서 고기 낚아 배를 채울 만하고,
풍월 읊고 노래하니 내 마음 기를 펴네.

학문의 의심없는 자리에 이르러
쾌락을 느끼니,
헛되이 백년사는 사람되지 않겠네.

맹자의 이루(하) 중에서

제가 사서삼경을 훑어보던 중 감명을 받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글이 있기에 올려 놓습니다. 비교적 쉬운 한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齊人이 有一妻一妾而處室者러니 其良人이 出則必厭酒肉而後에 反하거늘 其妻問所與飮食者則盡富貴也러라.
제나라 사람으로 아내 일인과 첩 일인을 데리고 사는 자가 있었다. 남편이 나가면 반드시 술과 고기를 물리도록 먹고 취해 돌아오곤 하였다. 그의 아내가 함께 먹고 마신 자들을 물으면 모두 돈 많고 벼슬깨나 하는 자들이었다.

其妻告其妾曰 「良人이 出則必厭酒肉而後에 反할새 問其與飮食者호니 盡富貴也로대 而未嘗有顯者來하니 吾將즉良人之所之也호리라하고」早起하야 施從良人之所之하니 偏國中호대 無與立談者러니 卒之東郭坡間之祭者하야 乞其餘하고 不足이어든 又顧而之他하니 此其爲厭足之道也러라.
그의 아내가 첩에게 「주인이 나가면 반드시 술과 고기를 질리도록 먹고 마시고 돌아오고는 하고, 함께 마시고 먹은 자들이 돈 많고 벼슬깨나 하는 자들이라고 했는데, 여지껏 이름난 사람이 와 본 적이란 없으니 나는 주인 양반 가는 곳을 몰래 알아 보려네」하고 말하고 일찌감치 일어나 비껴 숨어 남편 가는 곳을 미행하였는데, 온 천지를 돌아다니는 걸 봐도 누구와 더불어 이야기하는 자라곤 없었다.

마침내는 동쪽 성 밖의 무덤에서 제사지내는 사람한테 가서 그들이 먹고 남은 것을 구걸하고, 모자라면 또 돌아보고서는 다른 곳으로 가곤 하였다. 이것이 그가 질리도록 취하고 마시는 방법이었다.

其妻歸告其妾曰「良人者는 所仰望而終身也어늘 今若此라」하고 與其妾으로 算其良人而相泣於中庭이어늘 而良人이 未之知也하야 施施從外來하야 驕其妻妾하더라.
아내가 돌아와서 첩에게「주인이란 우러러 보고 평생토록 살아 갈 사람인데 지금 그 이는 이 꼴일세」하고, 그의 첩과 같이 자기 남편을 나무라면서 마당가운데서 서로 부둥켜 울었다.

그런데도 남편은 그것을 알 리가 없었다. 밖에서 돌아오면서 뻐기고 아내와 첩에게 뽐냈던 것이다.

由君子觀之컨대 則人之所以求富貴利達者其妻妾이 不羞也而不相泣者幾希矣니라.
군자의 안목으로 볼 때는 사람들이 부귀와 명달을 찾아다니는 방법치고 그들의 아내와 첩이 부끄러워 하지 않고 그리고 서로 울지 않는 것이 드물다.

나그네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지훈에게, 청록파 시인 박목월 著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상아탑’ 5호, 1946.4)

안구사(雁丘詞)-원호문(元好問)

안구사(雁丘詞)란 기러기 무덤을 기리는 말씀, 시라고 보면 됩니다. 이 시(詩)가 인용되었던 신조협려의 뜻을 살펴보면 神雕(신령스런 독수리, 영특한 독수리 계통의 새를 말함), 俠(의기로운 사람을 주로 협객이라 하는데, 작은 협객을 소협, 큰 협객을 대협이라 함), 侶(짝, 배필을 의미함), 신조협 또는 신조대협은 양과를 가리키고 그 짝(侶)은 소용녀입니다.

이 시(詩)는 금나라의 문인 원호문(元好問)의 저술이라 합니다. 금나라는 송나라와 같은 시기에 만주 땅에 존립하던 여진족(흑수 말갈)국가였습니다. 금나라는 송나라를 핍박하며 천하통일을 꿈꿨으나 몽골세력의 등장으로 밀려 버렸습니다. 그러나, 후에 여진족은 명나라를 무너뜨리고 청나라를 세웁니다.

이 시(詩)는 김용의 무협소설 영웅문(전부 3편으로 1편 사조영웅전, 2편 신조협려, 3편 의천도룡기 임) 중 신조협려에 인용되었습니다. 저도 김용의 신조협려를 읽던 중 알게 되었습니다.

신조협려 중 고묘파(古墓派)의 방출제자인 이막수가 즐겨 읊조리던 가락입니다. 고묘파는 임조영이란 개파사조 이래 그녀의 몸종이 후계를 이어 받았고 그 다음 후계 제자가 이막수였으나 사문의 규율을 어겨 방출 당했습니다. 그래서 고묘파의 후계를 소용녀가 이어 받게 됩니다. 소용녀는 신조대협 양과를 제자로 맞게 되고 많은 우여곡절 끝에 부부가 됩니다.

요즈음 말로 아웃사이더였던 양과는 오직 사부인 소용녀 만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이루어 냅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心琴)을 울렸고 김용의 신조협려는 지금도 무협소설의 으뜸으로 자리 매김되고 있습니다.

김용은 신조협려에서 곽정과 황용이 기르던 신조 한 쌍이 하나가 죽자 다른 한 마리도 바위에 머리를 부딪쳐 자살해 버린다는 내용을 실었습니다. 그 내용은 실제 있었던 사건에 기인한다고 합니다. 바로 아래 내용입니다.

問人間 情是何物 直敎生死相許

세상 사람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간데 끊임없이 생사를 가늠하느뇨?

天南地北雙飛客 老翅幾回寒暑

천지 간을 가로지르는 저 새, 그 늙은 날개 위로 몇 해를 보내었던가.

歡樂趣 離別苦 是中更有癡兒女

만남의 기쁨은 잠시 이별은 괴로움이라, 그 한 가운데 헤매이는 어리석은 여자가 있어

君應有語 渺萬里層雲 千山幕景 隻影爲誰去

님께서 말이나 해주시련만, 만리 첩첩이 덮힌 구름, 온 산에 노을질 때 외로운 이 내 그림자 어이 홀로 돌아갈까.

橫汾路 寂寞當年蕭鼓 荒煙依舊平楚

'분수' 를 건너려 함에, 지난 시절 퉁소소리 북소리는 이제 간곳없고, 황막한 대초원은 예나 지금이나 아직도 그대로 인데

招魂楚些何磋及 山鬼自啼風雨

초혼가를 소리높혀 부른들 무엇하나, 산속 귀신은 홀로 울어 비바람 되는 걸.

天也妬 未信與 鶯兒燕子俱黃土

하늘조차 저버렸음을 왜 아직 믿지 못하는 지, 꾀꼬리도 제비도 그 언젠가 모두 흙으로 돌아가는 것을.

千秋萬古 爲留待騷人 狂歌痛飮 來訪雁丘處

이제 세상사 잡다한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두고, 나는 거나히 취하여 미친듯 노래 부르며 기러기 무덤이나 찾아가리!

금나라 황제 장종(章宗) 태화(泰和) 5년 1205년, 원호문 지음.

당시 원호문은 병주(幷州)로 과거를 보러 가는 중,

길에서 우연히 기러기를 잡는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이 원호문에게 말하길,

내가 기러기 한 쌍을 잡았는데 한 마리는 죽었고 한 마리는 그물을 피해 요행히 도망을 쳐 살았습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기러기는 도무지 멀리 도망가지 않고 그 주위를 배회하며 슬피 울다가 땅에 머리를 찧고 자살해 버렸답니다.

라고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원호문은 이 이야기에 감동되어 죽은 한 쌍의 기러기를 사서 분수(汾水) 물가에 묻어준다. 돌을 쌓아 표시를 하고는 그 곳을 기러기의 무덤이란 뜻으로 '안구(雁丘, 기러기 안, 언덕 구)' 라 칭하였다. 그리고는 바로 이 '안구사(雁丘詞)' 를 지었다.

歸去來辭(귀거래사)-도연명(陶淵明)

歸去來兮 귀거래혜

자, 돌아가자.

田園將蕪胡不歸 전원장무호불귀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旣自以心爲形役 기자이심위형역

지금까지는 고귀한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奚而獨悲 해추창이독비

어찌 슬퍼하여 서러워만 할 것인가.

悟已往之不諫 오이왕지불간

이미 지난 일은 탓해야 소용 없음을 깨달았다.

知來者之可追 지래자지가추

앞으로 바른 길을 쫓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實迷塗其未遠 실미도기미원

내가 인생길을 잘못 들어 헤맨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그리 멀지 않았다.

覺今是而昨非 각금시이작비

이제는 깨달아 바른 길을 찾았고, 지난날의 벼슬살이가 그릇된 것이었음을 알았다.

舟遙遙以輕 주요요이경양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고

風飄飄而吹衣 풍표표이취의

바람은 한들한들 옷깃을 스쳐가네,

問征夫以前路 문정부이전로

길손에게 고향이 예서 얼마나 머냐 물어 보며,

恨晨光之熹微 한신광지희미

새벽빛이 희미한 것을 한스러워한다.

乃瞻衡宇 내첨형우

마침내 저 멀리 우리 집 대문과 처마가 보이자

載欣載奔 재흔재분

기쁜 마음에 급히 뛰어갔다.

僕歡迎 동복환영

머슴아이 길에 나와 나를 반기고

稚子候門 치자후문

어린 것들이 대문에서 손 흔들어 나를 맞는다.

三徑就荒 삼경취황

뜰 안의 세 갈래 작은 길에는 잡초가 무성하지만,

松菊猶存 송국유존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도 꿋꿋하다.

携幼入室 휴유입실

어린 놈 손 잡고 방에 들어오니,

有酒盈樽 유주영준

언제 빚었는지 항아리엔 향기로운 술이 가득,

引壺觴以自酌 인호상이자작

술단지 끌어당겨 나 스스로 잔에 따라 마시며,

眄庭柯以怡顔 면정가이이안

뜰의 나뭇가지 바라보며 웃음 짓는다.

倚南窓以寄傲 의남창이기오

남쪽 창가에 기대어 마냥 의기 양양해하니,

審容膝之易安 심용슬지이안

무릎 하나 들일 만한 작은 집이지만 이 얼마나 편한가.

園日涉以成趣 원일섭이성취

날마다 동산을 거닐며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門雖設而常關 문수설이상관

문이야 달아 놓았지만 찾아오는 이 없어 항상 닫혀 있다.

策扶老以流憩 책부노이류게

지팡이에 늙은 몸 의지하며 발길 멎는 대로 쉬다가,

時矯首而遐觀 시교수이하관

때때로 머리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본다.

雲無心以出岫 운무심이출수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돌아 나오고,

鳥倦飛而知還 조권비이지환

날기에 지친 새들은 둥지로 돌아올 줄 안다.

影以將入 영예예이장입

저녁빛이 어두워지며 서산에 해가 지려 하는데,

撫孤松而盤桓 무고송이반환

나는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이고 있다.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왔노라.

請息交以絶遊 청식교이절유

세상과 사귀지 않고 속세와 단절된 생활을 하겠다.

世與我而相違 세여아이상위

세상과 나는 서로 인연을 끊었으니,

復駕言兮焉求 복가언혜언구

다시 벼슬길에 올라 무엇을 구할 것이 있겠는가.

悅親戚之情話 열친척지정화

친척들과 정담을 나누며 즐거워하고,

樂琴書以消憂 낙금서이소우

거문고를 타고 책을 읽으며 시름을 달래련다.

農人告余以春及 농인고여이춘급

농부가 내게 찾아와 봄이 왔다고 일러 주니,

將有事於西疇 장유사어서주

앞으로는 서쪽 밭에 나가 밭을 갈련다.

或命巾車 혹명건차

혹은 장식한 수레를 부르고,

或棹孤舟 혹도고주

혹은 한 척의 배를 저어

旣窈窕以尋壑 기요조이심학

깊은 골짜기의 시냇물을 찾아가고

亦崎嶇而經丘 역기구이경구

험한 산을 넘어 언덕을 지나가리라.

木欣欣以向榮 목흔흔이향영

나무들은 즐거운 듯 생기있게 자라고,

泉涓涓而始流 천연연이시류

샘물은 졸졸 솟아 흐른다.

善萬物之得時 선만물지득시

만물이 때를 얻어 즐거워하는 것을 부러워하며,

感吾生之行休 감오생지행휴

나의 생이 머지 않았음을 느낀다.

已矣乎 이의호

아, 인제 모든 것이 끝이로다!

寓形宇內復幾時 우형우내복기시

이 몸이 세상에 남아 있을 날이 그 얼마이리.

曷不委心任去留 갈불위심임거류

어찌 마음을 대자연의 섭리에 맡기지 않으며.

胡爲乎遑遑欲何之 호위호황황욕하지

이제 새삼 초조하고 황망스런 마음으로 무엇을 욕심낼 것인가

富貴非吾願 부귀비오원

돈도 지위도 바라지 않고,

帝鄕不可期 제향불가기

죽어 신선이 사는 나라에 태어날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懷良辰以孤往 회양진이고왕

좋은 때라 생각되면 혼자 거닐고,

或植杖而耘 혹식장이운자

때로는 지팡이 세워 놓고 김을 매기도 한다.

登東皐以舒嘯 등동고이서소

동쪽 언덕에 올라 조용히 읊조리고,

臨淸流而賦詩 임청류이부시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는다.

聊乘化以歸盡 요승화이귀진

잠시 조화의 수레를 탔다가 이 생명 다하는 대로 돌아가니,

樂夫天命復奚疑 낙부천명복해의

주어진 천명을 즐길 뿐 무엇을 의심하고 망설이랴.

(박일봉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