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론(臟腑論)■

장부론(臟腑論)이란 각 장부의 위치 및 작용에 관하여 논한 글이다. 요즈음 사람들은 널리 알려진 서양의학 덕분에 인체의 각 장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동의수세보원이 쓰여진 조선후기(1894년, 갑오경장의 무렵)는 서양의학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때인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폐비간신의 무리(黨)에 관한 언급이 있다.

장부 무리
폐무리
폐(肺), 위완(胃脘), 설(舌), 이(耳), 피(皮), 모(毛)
비무리
비(脾), 위(胃), 양유(兩乳), 목(目), 배(背), 근(筋)
간무리
간(肝), 소장(小腸), 제(臍), 비(鼻), 요척(腰脊), 육(肉)
신무리
신(腎), 대장(大腸), 전음(前陰), 구(口), 방광(膀胱), 골(骨)

한글로 인용한다.

폐의 위치는 뇌추 아래, 등 위에 있고 위완(胃脘)의 위치는 턱 아래, 가슴 위에 있으므로 등과 가슴 위 이상을 상초(上焦)라 하고, 비의 위치는 등심에 있고 위의 위치는 흉격에 있으므로 등심과 흉격의 사이를 중상초(中上焦)라 하고, 간의 위치는 허리에 있고 소장의 위치는 배꼽에 있으므로 허리와 배꼽 사이를 중하초(中下焦)라 하고, 신의 위치는 허리 아래에 있고 대장의 위치는 배꼽 아래에 있으므로 허리 아래와 배꼽 아래 이하를 하초(下焦)라 한다.

수곡(水穀)이 위완으로부터 위에 들어가고 위로부터 소장에 들어가고 소장으로부터 대장으로 들어가고 대장으로부터 항문(肛門)으로 나가는데 마시고 먹는 것이 모두다 위에 머물러 쌓여서 훈증하여 열기가 되고 소장에서 소도되어 평담하게 되어서 서늘한 기운이 된다. 열기가 가볍고 맑은 것은 위로 위완에 올라가 온기가 되고 서늘한 기운의 탁하고 무거운 것은 아래로 대장에 내려가 한기가 된다.

위완은 입과 코에 통하므로 음식의 기운이 위로 올라가고, 대장은 흉문에 통하므로 음식의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고, 위의 혀에는 넓고 커서 포용하므로 음식의 기운이 쌓여 있고, 소장의 형체는 협착하고 굴곡되었으므로 음식의 기운이 소도(消導)된다.

음식의 온기가 위완으로부터 진(津)으로 화하여 혀의 아래로 들어가 진해(津海)가 되니 진해란 것은 진이 있는 곳이다.

진해의 맑은 기운이 귀(耳)로 나와 신(神)이 되고 두뇌에 들어가 이해(이海, 이 字는 육달월(月로 쓰나 肉을 의미함)과 두 이(貳)가 합쳐져서 이루어진 형성문자로 살찌다, 미끄럽다, 때 등의 뜻이 있다.)가 되니 이해란 것은 신(神)이 있는 곳이다.

이해의 이즙이 맑은 것은 안으로 폐에 돌아가고 흐린 찌끼는 밖으로 피부와 털에 가므로 위완과 혀와 귀와 두뇌와 피부와 털은 다 폐의 무리다.

음식의 열기가 위(胃)로부터 고(膏)로 화하여 두 젖 사이로 들어가서 고해(膏海)가 되니 고해란 것은 고가 있는 곳이다.

고해의 맑은 기운이 눈(目)으로 나와 기(氣)가 되고 배려에 들어가 막해(膜海)가 되니 막해란 것은 기가 있는 곳이다.

막해의 막즙의 맑은 것은 안으로 비에 들어가고 탁한 찌끼는 밖으로 근(筋)에 가므로 위와 두 젖과 눈과 배려와 근은 다 비의 무리다.

음식의 서늘한 기운이 소장으로부터 유(油)로 화하여 배꼽에 들어가 유해(油海)가 되니 유해란 것은 유가 있는 곳이다.

유해의 맑은 기운이 코로 나와 피가 되고 허리에 들어가 혈해(血海)가 되니 혈해란 것은 혈이 있는 곳이다.

혈해의 혈즙이 맑은 것은 안으로 간에 들어가고 탁한 찌끼는 밖으로 살에 가므로 소장과 배꼽과 코와 허리와 살은 다 간의 무리다.

음식의 찬 기운이 대장으로부터 액으로 화하여 전음(前陰)의 털 난 지경의 속으로 들어가서 액해(液海)가 되니 액해란 것은 액이 있는 곳이다.

액해의 맑은 기운이 입으로 나와 정(精)이 되고 방광에 들어가 정해(精海)가 되니 정해란 것은 정이 있는 곳이다.

정해의 정즙의 맑은 것은 안으로 신에 들어가고 탁한 찌끼는 밖으로 뼈에 가므로 대장과 전음과 입과 방광과 뼈는 다 신의 무리다.

귀는 널리 천시를 듣는 힘으로 진해의 맑은 기운을 나오게 해서 상초에 충만하여 신이 되고 두뇌에 들어가서 이가 되고 이가 쌓이고 쌓여서 이해가 된다.

눈은 널리 세회를 보는 힘으로 고해의 맑은 기운을 나오게 해서 중상초에 충만하여 기가 되고 배려에 가서 막이 되고 막이 쌓이고 쌓여서 막해가 된다.

코는 널리 인륜을 냄새 맡는 힘으로 유해의 맑은 기운을 나오게 해서 중하초에 충만하여 피가 되고 허리에 가서 응혈이 되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혈해가 된다.

입은 널리 지방을 맛보는 힘으로 액체의 맑은 기운을 나오게 해서 하초에 충만하여 정이 되고 방광에 가서 응정이 되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정해가 된다.

폐는 사무에 연달하는 슬픔의 힘으로 이해의 맑은 즙을 빨아가지고 폐에 들어가 폐의 원기를 더해주고 안으로 진해를 옹호하면서 그 기운을 고동시키고 그 진을 엉키고 모이게 한다.

비는 교우에 연달하는 노함의 힘으로 막해의 맑은 즙을 빨아가지고 비에 들어가 비의 원기를 더해주고 안으로 고해를 옹호하면서 그 기운을 고동시키고 그 고를 엉키고 모이게 한다.

간은 당여에 연달하는 기쁨의 힘으로 혈해의 맑은 즙을 빨아가지고 간에 들어가 간의 원기를 더해주고 안으로 유해를 옹호하면서 그 기운을 고동시키고 그 유를 엉키고 모이게 한다.

신은 거처에 연달하는 즐거움의 힘으로 정해의 맑은 즙을 빨아가지고 신에 들어가 신의 원기를 더해주고 안으로 액해를 옹호하면서 그 기운을 고동시키고 그 액을 엉키고 모이게 한다.

진해의 탁한 찌끼는 위완이 상승하는 힘으로 그 탁한 찌끼를 취하여서 위완을 보해주고, 고해의 탁한 찌끼는 위가 정축하는 힘으로 그 탁한 찌끼를 취하여서 위를 보해주고, 유해의 탁한 찌끼는 소장의 소도하는 힘으로 그 탁한 찌끼를 취하여서 소장을 보해주고, 액해의 탁한 찌끼는 대장이 하강하는 힘으로 그 탁한 찌끼를 취하여서 대장을 보해준다.

이해의 탁한 찌끼는 머리를 곧게 펴는 힘으로 단련하여 피부와 털이 되게 하고, 막해의 탁한 찌끼는 손은 능히 거두는 힘으로 단련하여 근이 되게 하고, 혈해의 탁한 찌끼는 허리가 관방하는 힘으로 단련하여 살이 되게 하고, 정해의 탁한 찌끼는 발이 굴신하는 힘으로 단련하여 뼈를 이루게 한다.

그러므로 귀는 반드시 멀리 들을 것이고 눈은 반드시 크게 볼 것이고 코는 널리 냄새를 맡을 것이고 입은 반드시 깊이 맛볼 것이니 귀와 눈과 코와 입을 쓰는 것이 깊고 멀고 넓고 크면 정과 신과 기와 혈이 생겨나고 옅고 가깝고 좁고 적으면 정과 신과 기와 혈이 소모될 것이다. 폐는 반드시 잘 배울 것이고 비는 반드시 잘 물을 것이고 간은 반드시 잘 생각할 것이고 신은 반드시 잘 분별할 것이니 폐와 비와 간과 신의 작용이 정당하게 조화되면 진, 액, 고 및 유가 충만할 것이고 치우치거나 과하거나 부족하면 진, 액, 고 및 유가 줄어들 것이다.

이해에 신(神)을 간직하고 막해에 영(靈)을 간직하고 혈해에 혼(魂)을 간직하고 정해에 백(魄)을 간직한다.

진해에는 의사(意)를 간직하고 고해에는 사려(慮)를 간직하고 유해에는 조행(操)을 간직하고 액해에는 의지(志)를 간직한다.

두뇌의 이해는 폐의 근본이고 등의 막해는 비의 근본이고 허리의 혈해는 간의 근본이고 방광의 정해는 신의 근본이다.

혀의 진해는 귀의 근본이며 젖의 고해는 눈의 근본이며 배꼽의 유해는 코의 근본이며 전음의 액해는 입의 근본이다.

심(心)이 일신의 주재인데 등 안쪽 한가운데 있어서 바로 젖가슴 가운데를 향하여 있기에 광택이 있고 맑고 밝아서 귀와 눈과 코와 입이 살피지 못하는 것이 없고 폐와 비와 간과 신이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 없고 턱과 가슴과 배꼽과 배가 성실하지 않은 것이 없고 머리와 손과 허리와 발이 공경하지 않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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