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론(醫源論)■

한의학의 근원에 대하여 논한 글이다. 한글로 인용한다.

서적에 쓰여 있기는 만약 약이 명현(暝眩)하지 않으면 그 병이 낫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상(商)나라 고종(高宗) 때에 벌써 명현하는 약이 있어서 고종이 탄복까지 하였다.그러니 의학의 경험이 그 유래가 벌써 신농(神農), 황제(皇帝) 때보다도 더 오래 된다는 전설은 진실하다고 믿을 수 있다. 그러나, 본초(本草)와 소문(素問)이 신농, 황제의 손에서 나왔다고 함은 진실하다고 믿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신농, 황제 시대에 문자가 응당 없었으리라는 것은 그 후 얼마간 지내온 시대의 문자도 그 쓴 방법이 매우 서툴다는 것으로써 짐작할 수가 있다.

주(周)나라 말엽부터 진한(秦漢)이래로 편작(扁鵲)이 유명하였고, 장중경(張仲景)이 이를 습득하여 비로소 훌륭한 학자가 되어 저서를 내놓음으로써 의학이 비로소 발전되었다.

장중경 이후에 남북조(南北朝)와 수(隋), 당(唐)의 의학자들이 이것을 계승하여 저술하였고, 송(宋)나라에 이르러 주굉(朱肱)이 이것을 상세히 습득하여 ‘활인서(活人書)’ 를 저술하니 의학이 더 발전되었다.

주굉 이후에는 원(元)나라의 의학자 이고(李皐), 왕호고(王好古), 주진형(朱震亨), 위역림(危亦林) 등이 이것을 계승하여 저술하였다.

명(明)나라에 와서는 이천과 공신이 자세히 이것을 습득하였고 허준이 이것을 자세히 전수하여 ‘동의보감(東醫寶鑑)’ 을 저술하니 의학이 다시 발전하게 되었다.

대체로 말한다면 신농, 황제 이후 진나라 및 한나라 이전의 병증과 약리는 장중경이 전하였고, 위나라 및 진나라 이후 수나라 및 당나라 이전의 병증과 약리는 주굉이 전하였고, 송나라 및 원나라 이후 명나라 이전의 병증과 약리는 이천, 공신, 허준 등이 전하였다.

만약 의학자들의 근로한 공적을 두고 말한다면 장중경, 주굉, 허준 등을 으뜸이라 하여야 할 것이며 이천과 공신을 그 다음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본초(本草)는 신농, 황제로부터 수천 년 동안 세상에 전하여 내려온 역사를 보면 신농 때에 본초가 있었고 은(殷)나라 때에는 탕액본초(湯液本草)가 있었고 당나라 때에는 맹선(孟詵)의 식료본초(食療本草)와 진장기(陳臟器)의 본초습유(本草拾遺)가 있었고 송나라 때에는 방안상(龐安常)의 본초보유(本草補遺)와 일화자본초(日華子本草)가 있었고 원나라 때에 왕호고(王好古)의 탕액본초(湯液本草)가 있었다.

소음인의 병증과 약리는 장중경이 거의 상세하게 발명하였으나 송나라, 원나라 및 명나라의 모든 의학자들이 남김없이 상세하게 발명하였다.

소양인의 병증과 약리는 장중경이 절반이나 상세하게 발명하였고 송나라, 원나라 및 명나라의 모든 의학자들이 거의 상세하게 발명하였다.

태음인의 병증과 약리는 장중경이 대략 초보적인 것은 알았으나 송나라, 원나라 및 명나라의 모든 의학자들이 훨씬 더 낫게 약리를 발명하였다.

태양인의 병증과 약리는 주진형이 대략 초보적인 것을 알았다. 이렇게 된 연후에 ‘본초’ 에서 대략 약리가 있게 된 것이다.

나는 의학 경험이 있은 지 5,000 ~ 6,000년 후에 태어나 옛 사람들의 저서에 의하여 요행으로 사상인의 장부와 성리(性理)를 깨닫고 한 의학서를 저작하여 「수세보원(壽世保元)」이라고 하였다.

저서 중에 장중경이 논한 바 태양병(太陽病), 소양병(少陽病), 양명병(陽明病), 태음병(太陰病), 소음병(少陰病), 궐음병(厥陰病)은 병증(病症)으로 이름을 지어 논한 것이고, 내가 논한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은 인물(人物)로서 이름을 지어 논한 것이다. 이 두 가지를 혼돈하여 보지 말아야할 것이며 또 꾸준히 연구한 연후에야 가히 그 뿌리를 찾아내고 그 가지와 잎을 채취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맥법(脈法)이란 것은 증상을 가려내는 한 방법이다. 그러므로 그 이치가 부(浮)하고 침(沈)하고 지(遲)하고 삭(數)한 데 있는 것이니 반드시 그 기묘한 이치까지 탐구할 필요가 없는 것이며, 삼음삼양(三陰三陽)이란 것은 변증(辨證)하는 데 다른 것과 같은 것을 감별하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그 이치가 배(腹), 등(背), 표(表), 이(裏)에 있으니 반드시 그 경락(經絡)의 변화까지는 연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옛사람들이 육경(六經), 음양(陰陽)으로써 병을 논하였으므로 장중경이 상한론을 저술함에도 역시 육경, 음양으로써 병증을 밝혔다.

머리와 몸이 아프고 열이 나며 오한이 나고 맥이 부한 것을 가리켜 태양병증(太陽病證)이라 하고, 입맛이 쓰고 목구멍이 마르며 눈이 어질어질하고 귀가 먹먹하며 가슴과 옆구리가 그득하고 한열(寒熱)이 왔다갔다 하여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며 맥이 현(弦)하고 세(細)한 것을 가리켜 소양병증(少陽病證)이라 하고, 오한이 나지 않고 오히려 오열하며 땀이 저절로 나고 대변이 건조한 것을 가리켜 양명병증(陽明病證)이라 하고, 배가 그득하고 때로 아프며 입이 마르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지 않으며 저절로 설사하는 것을 가리켜 태음병증(太陰病證)이라 하고, 맥이 미세하고 잠만 자려고 하며 입이 마르고 가슴이 답답하고 저절로 설사하는 것을 소음병증(少陰病證)이라 하고, 처음부터 복통과 저절로 설사하는 등의 증이 없고 상한한 지 6~7일에 맥이 미완(微緩)하고 손과 발이 싸늘하며 혀가 굳고 음낭이 줄어드는 것으로서 이를 궐음병증(厥陰病證)이라고 하였다.

여섯 가지 병증 속에서 삼음병증(三陰病證)은 다 소음인의 병증이고 소양병증은 곧 소양인의 병증이고 태양병증과 양명병증에 즉 소양인, 소음인, 태음인 병증이 고루 들어 있는데 소음인 병증이 가장 많다.

예로부터 의약법방(醫藥法方)이 세상에 유행하며 여러 번 경험이 축적 된 것을 장중경이 수집하여 저술하였다.

대개 옛날 의사들은 사람이 사랑하고 미워하고 탐욕하며 기뻐하고 성내며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지나치게 하는 것이 병이 됨을 알지 못하고, 비위(脾胃)의 음식과 풍(風), 한(寒), 서(暑), 습(濕)이 침범된 것만 병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므로 그 병론과 약론이 모두 다 소음인의 비위 음식 중에서 나왔고 소양인의 위열증(胃熱證)에 약이 간혹 있으며 태음인, 태양인의 병정(病情)에 대하여서는 전혀 알지 못하였던 것이다.

기백(岐伯)이 말하기를 상한병은 1일에 거양(巨陽)이 받는다. 그러므로 머리와 목이 아프며 허리와 척추가 뻣뻣하고 2일에는 양명(陽明)이 받으니 양명은 살(肉)을 위주로 그 맥이 코의 옆을 지나서 눈에 연락되었다. 그러므로 몸이 열(熱)하고 눈이 아프고 코가 마르고 잠자지 못한다. 3일에는 소양(少陽)이 받으니 소양은 담(膽)을 위주로 하며 그 맥이 옆구리를 좇아서 귀에 연락되었다. 그러므로 가슴과 옆구리가 아프고 귀가 먹먹하다. 삼양경락(三陽經絡)만 다 그 병을 받고 아직 내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므로 땀만 낼 것이다. 4일에는 태음(太陰)이 받으니 태음맥은 위(胃) 가운데 분포되어 목구멍에 연락되었다. 그러므로 배가 부르면 목이 마른다. 5일에는 소음(少陰)이 받으니 소음맥은 신장을 관통하여 폐장에 연락한 후에 혀의 뿌리에 연속되었다. 그러므로 입과 혀가 마르고 갈증이 난다. 6일에는 궐음(厥陰)이 받으나 궐음맥은 음기(陰器)를 돌아서 간장에 연락되었다. 그러므로 답답하며 음낭이 수축된다. 3음, 3양, 5장6부가 다 병을 받아서 기혈이 순행하지 못하고 5장이 통하지 못하는 것이니 곧 사망하는 것이다.

양감(兩感) 상한은 반드시 죽음을 면치 못한다. 양감 상한이라 하는 것은 감한자가 1일에 거양과 소음이 같이 병든 것이니 즉 머리가 아프고 입이 마르고 답답하다. 2일에는 양명과 태음이 같이 병든 것이니 즉 배가 부르고 몸이 열하며 음식을 먹지 못하며 헛소리를 한다. 3일에는 소양과 궐음이 같이 병든 것이니 귀가 먹고 음낭이 수축되면서 손발이 차고 물과 미음을 넘기지 못하고 의식도 없으니 6일 만에 사망하는 것이다. 그 죽는 것은 모두다 6~7일간이고 그 낫는 것은 다 10일 이상인 것이다.

나는 말하기를 영추소문(靈樞素問)은 황제를 가탁(假托)하였다. 괴상하고 황당하다는 것은 더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대체로 방술(方術) 자들의 말이 혹 이와 같을 수도 있는 것이니 반드시 깊이 비판할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글이 역시 옛사람의 경험이고 5장6부, 경락, 침법, 병증, 수양 등등에 대하여 새로 발명한 지식을 열어 준 바가 많이 있으니 실로 이것은 의학가의 연구의 중심이며 싹과 기맥이 더 나오는 원천이니 전반적으로 그가 기만하였다는 죄상으로 그 발명한 공로를 말살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략 이글도 역시 옛적에 고상한 지식자의 말이며 또는 기술자(方士)들이 수양을 위주로 저술한 것이니 그 학리는 참고할 만한 것도 있으나 그 말은 다 믿을 것도 아니다.

기백(岐伯)이 말한 바 거양, 소양, 소음경병은 모두 소양인의 병이고 양명, 태음경병은 모두 태음인 병이고 궐음경병은 소음인 병이다.

후세 사람들이 이제마 선생의 의학을 사상의학이라 칭하는 것은 모든 우주만물을 네 가지로 구분하는 사상의 논리를 적용시켜 사람의 체질도 넷으로 구분하였기 때문이다.

사상(四象)이란 용어의 쓰임은 주역의 계사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유교 경전의 하나인 주역(周易)은 주나라 시대의 역이란 말이다. 역(易)이란 「바뀐다」 「변한다」 는 뜻이다.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원리를 설명한 것이 역(易)이다.

▼간역(簡易)→ 천지자연현상은 끊임없이 변하나 간단하고 쉽다.

▼변역(變易)→ 천지만물은 멈추어 있는 것 같으나 항상 변하고 바뀐다.

▼불역(不易)→ 모든 것은 불변의 법칙에 따라서 변하고 있으므로 그 법칙은 변하고 바뀌지 않는다.

주역의 계사전(繫辭傳)에 공자님의 말씀(子曰)이라 되어 있으며 아래와 같은 구절이 있다.

易有太極하니 是生兩儀하고 兩儀生四象하고 四象이 生八卦하니 八卦定吉凶하고 吉凶이 生大業하니라.

주역의 이치에는 태극이 있으니 이것이 양의(음양)를 낳고 양의는 사상(태양, 소양, 태음, 소음)을 낳고 사상이 팔괘를 낳으니 팔괘가 길흉을 정하고 길흉이 대업을 낳는다.

이제마 선생은 이런 이론에 따라서 사상철학을 만들어 내고, 사람의 체질도 넷으로 구분한 것 같다. 이제마 선생은 「격치고」에서 “태극은 심(心), 양의(兩儀)는 심(心)과 신(身), 사상(四象)은 사심신물(事心身物)이다.” 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사(事)→ 인간 사회의 여러가지 사건들
심(心)→ 성정(性情)과 심욕(心慾)이 나오는 근본
신(身)→ 인체
물(物)→ 나를 제외한 모든 객체

top